밤 12시 20분에 시작해서 새벽 2시 10분 쯤에 끝났군요...
거의 두 시간 동안 지루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엄청 기대했기에 혼자서라도 파주에서 일산까지 차를 몰고 갈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건 CGV에서 영화 시작 시간을 10분이나 넘겨 가면서까지 광고를 내보냈다는 것.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좀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는 문제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느끼셨겠지만 정말 짜증나더군요.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영화가 로봇들의 감정의 동선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월E의 사랑스러움과 순수함을, 과장되지 않은 행동과 셔레이드를 적절히 이용하여 보여줍니다.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보는 이 영화의 재미는,
1. 지구에 홀로 남겨져 외로움에 떨면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월E를 보여주고,
2. 이처럼 귀엽고 순수한 월E를 관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
3. 1과 2의 과정을 정교하게 반복하여 구축한 동일시와 감정이입의 바탕 위에서,
4. 월E를 불가능해 보이는 고난과 역경 속에 밀어넣음으로써, 관객이 월E를 조바심내며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뒤,
5.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함으로써 정서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 남겨져 외로움을 느껴본 기억,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슴을 두근거린 기억, 손 잡고 키스하고 싶어 안달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억이 월E에게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기억을 무의식중에 관객이 추체험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두 주인공의 '관계맺기'에 대해 세심하고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이브를 쫓아가는 월E의 행동에 관객이 절실히 공감할 수 없다면 이 영화는 그저 작은 로봇의 모험담(어드벤처)가 될 것이고, 그 순간 극의 재미는 훨씬 떨어졌을 테니까요.
덧붙여, 주인공이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는 점도,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상당부분 치밀하게 계산되고 의도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월E는 큰 눈,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비교적 육체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아기(baby)의 데포르메입니다. 데포르메라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월E는 아기입니다. 가엾고 사랑스런 아기가 거대한 세계 속에서 사랑하는 존재(사람)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과 고생을 겪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감정이입을 통한 정서적 공감대를 더욱 깊이 형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기가 찾는 대상은 엄마이고, 엄마가 아기의 관점에서는 강력하고 전지전능하다는 점에서, 이브가 월E보다 훨씬 강력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기가 엄마를 찾기 위해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엄마를 만나 행복해진다-어라? "엄마찾아 삼만리"였군요!
